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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도망치고 싶을 때

hanvitorg | 2021.01.12 19:47 | 조회 417

제목 : 숨고 도망치고 싶을 때

 

QT 묵상 글은 2016513일에 이미 나눴던 내용이지만, 오늘 다시 꺼내어 수정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우리는 가끔 어떤 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모이기도 힘들고, 수입도 줄어들고, 친교시간도 없어져서 많이 힘드실 때 더욱 그럴겁니다.

 

나이 드신 목자들에게 난생처음 줌이라는 도구로 목장모임을 인도하는 일, 줌으로 성경공부도 가르치고, 성도들을 돌보라는 책임을 맡은 교사나 목자들에게는 코로나 덕분에 신세계를 경험하시는 느낌이실 겁니다.

 

코로나팬데믹이 끝나고 목자하겠다고 말할 걸

 

  이렇게 후회하는 목자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 저는 그런 목자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학교에서 줌으로 집중강의 하면서 여러 가지 한계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나름 새로운 교육방식을 배워가는 재미도 컸습니다.

 

  줌으로 모이고, 카톡으로 기도회하고, 줌으로 성경공부 하다보면 잘 안 되어서 왕짜증이 나는 순간도 올지 모릅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어떻게 반응하십니까? 처음엔 분노하고 짜증을 내다가 그래도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다 내려놓고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그 보다 더 나쁜 상황은 사람들과 사역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비대면 사회는 우리에게 더 좋은 공식적인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위대한 복음 전도자 데마(Demas)도 한 때는 바울과 같이 고된 사명을 기쁘게 감당한 칭찬 받는 동역자였습니다(4:14).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세상을 주님보다, 복음보다 더 사랑하여 바울을 어려운 상황가운데에 내팽개치고 가버렸습니다(딤후 4:10). 시작도 좋아야하지만, 끝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미완성으로 남기지 말고 끝까지 제직의 사명을 감당하시기를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모세도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 힘들어진 날이 왔습니다. 사람들의 지칠줄 모르는 원망에 모세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그가 축복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너무 짐스러워 벗어버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사랑하고 섬겨도 늘 부족하다고 불평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하고, 더 많이 도와달라는 수많은 백성들의 요구에 모세 같이 온유하고 탁월한 지도자도 지쳤고, 사람과 사역에 질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하나님께 말합니다. 자기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고 푸념합니다. 외롭고, 죽고 싶다고 하나님 앞에 하소연했습니다(11:10-15).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모세의 조기은퇴나 안락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시고, 그 힘든 마음을 달래시면서 사역의 짐을 나누는 법도 일러주시고, 성령의 권능을 입혀 주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성령의 권능이 궁극적인 해답입니다. 자신의 지혜나 경험, 지식만 의지하면 반드시 넘어질 날이 옵니다. 지쳐서 쓰러집니다. 사역과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성령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수차례 강조에 강조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힘하심으로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땅 끝까지 가서 내 증인이 될 것이다”(1:8). 예수님도 성령으로 사역하셨습니다(10:38). 줌으로 공부하다 잘 안되면 일대 일로 찾아가서라도 성경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지실 겁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큰 일을 요구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십니까? 여러분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요청받을 때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을 대면해야할 때 어떻게 하십니까? 숨어버립니까? 뒤로 물러섭니까? 변명하고 다른 일을 구합니까? 아니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합니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여러분을 저도 공감합니다. 제가 늘 그런 사람입니다. 숨어버리고 싶은 분도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나를 몰라보는 교회로 옮기고 싶은 분의 마음도 100% 공감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이 꼭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는 우리들을 찾아내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이나 사명으로부터 숨고, 뒤로 물러서고, 도망치는 것에 인간적으로 공감하지만 나중의 결과를 생각하면, 아니 여러분의 영적 성장과 열매를 바라볼 때에 숨고 도망치는 것은 결코 추천해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변화를 부담스러워하거나 익숙한 생활, 쉬운 삶을 구합니다. 고통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쉬운 삶이나 훈련 없는 삶에는 진보도 전진도 승리도 없다는 것을.

 

  제가 20대 때부터 마음에 새겨서 힘든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존 칼빈의 글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바다로 보내실 때는 그 바다를 건널 배와 노도 준비해 놓으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라고 부르실 때는 그 십자가를 견딜 든든한 어깨도 주신다.”

 

  맞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집채만한, 아니 산더미 만한 파도가 덮쳐오는 바다를 건너라고 명하실 때는 그 풍랑을 이겨낼 선원과 노련한 선장도 동승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바다요 하나님이 만드신 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수 시기의 요단강을 건널 때도 하나님은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만들어주셨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요구할 때는 언제나 우리를 도와주시겠다는 뜻이요, 하나님의 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하시려고 하나님은 일부러 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을 데려다 쓰시기를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전쟁을 할 때도 3만 명을 300명으로 줄여서 하십니다. 칼과 창대신에 횃불과 항아리를 들고 나가 싸우게 합니다. 누가 봐도 무기가 좋아서 이겼다거나, 군인 숫자가 많아서 이긴 싸움이 아닌 것을 노골적으로 알게 하십니다.

여호와의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은 요단 가운데 마른 땅에 굳게 섰고 그 모든 백성이 요단을 건너기를 마칠 때까지 모든 이스라엘은 그 마른 땅으로 건너갔더라“(3:17).

 

  이 본문의 강조는 마른 땅에 굳게 섰다입니다. 한 구절에서 두 번이나 강조 합니다. 순종하는 발걸음을 내딛기까지가 무섭지 일단 믿음으로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앞의 넘실거리는 요단을 마른 땅처럼 걷게 하십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힘든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2016년 성서침례교회 세계선교대회 통역을 부탁 받았을 때도 제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전 세계 성서침례교회 수백 명의 선교사와 목회자들이 참석하고, 한국의 성도들까지 매일 저녁 2천여 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곳에서 실시간 예배 통역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통역에 최적화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계선교의 한 몫을 감당한다는 마음으로 그저 성령님을 의지하고 순종했을 뿐입니다. 좋아서 한 일은 아닙니다. 저는 결코 통역했던 여러 순간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제가 안 했으면 아마 하나님이 더 유능한 사람을 통역위원장으로 쓰셨을 겁니다. 다른 좋은 분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쓰고 싶어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2007, 저에게 한빛침례교회 담임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내 금간 몸이라든가, 학교사역을 병행하고 있는 제 형편을 고려할 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 무보수로 2년간 신학교 전임교수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도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덥고 열악한 환경의 필리핀 목회자학교에서 집중강의를 부탁받았을 때도 그냥 돈으로만 후원하고 다른 사람에게 강의를 넘기고 싶었습니다.

 

  필리핀 목회자학교를 마치고 나면 필리핀 지역 전도처 여러 곳을 방문하여 복음 전하는 일도 사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불편한 차를 타고 몇 시간씩 이동해야하고, 덥고 땀나고, 돈 들고, 만성신부전이라 몸도 힘들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설교해야 하고, 영혼구원에 대한 부담이 있고스트레스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쓰임 받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에 결국은 감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부득이한 심정으로 순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순종을 완성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역들을 해낸 것이 결국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함께 했음을 깨닫고, 더 큰 과제나 사역에 대한 도전감도 생기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성서침례대학원대학교 5대 총장에 선출되었을 때도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한빛침례교회에도 부담이 되고, 저의 부족한 지도력도 큰 압박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 집사님들도 총장으로 선출된 것에는 축하하면서도 재정적 부담에 대한 생각 때문에 맘껏 축복하시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또 6대 총장으로 연임을 하고 총장임기도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학교는 신입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지라 2021년도 큰 기도제목입니다. 1~2월은 학교의 보릿고개입니다. 교직원들에게 급여를 못주는 일은 총장에게 큰 짐입니다. 큰 기도제목입니다.


  하지만 도망치기보다 신입생 모집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토요반을 만들었습니다. 교수들에게는 강의가 하나 둘 더 늘어 과부하가 되었지만 그래도 학생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토요반에도 10여명이 지원했습니다. 석사과정 신입생 정원 33명중 총 26명이 현재까지 지원했습니다. 2월 중순까지 나머지 7명이 채워지도록 공세적으로 하나님의 목에 헤드록(프로 레슬링에서, 상대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죄는 기술)을 걸고 함께 씨름하는 기도로 압박해 주시길 바랍니다.

 

  도망치고 싶은 일들이 이제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얼굴을 피해 도망쳐봤자 대풍(大風)이 따라오고, 물고기가 큰 입을 떡 벌리고 사명을 피해 달아나는 요나들이 배에서 뛰어내리길 기다라고 있으며 따뜻한 곳에서 편히 앉아 쉬려는 순간 어디선가 벌레가 나타나 안식처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하나님의 눈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청년 때부터 힘든 일을 피해 도망치고 싶을 때 필립 브룩스(Phillips Brooks)의 기도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없는 삶을 찾지 말고 어떤 일도 감당할 강한 사람이 되길 기도하라. 그대의 힘에 맞는 사명을 구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할 능력을 간구하라. 가벼운 짐을 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더 강한 등을 달라고 기도하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부어주실 부요한 은혜를 경험하며 매일 경탄하게 되리라.” 아멘.

 

  순종을 통해 믿음이 더 강해집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고 경험합니다. 순종을 통해 우리는 더 좋은 리더로 성장합니다. 두려움 가운데 믿음의 순종을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의 영적 본보기가 됩니다. 순종을 통해 성령의 능력으로 일하길 배우게 됩니다.

 

  우리 집사님들, 목자들, 교사들, 모든 성도님들 하나님이 주신 사명과 과제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하나님과 함께 달려가는 2021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김택수/한빛침례교회 담임목사
성서침례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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